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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환경회의

[기자회견] 제주 제2공항 기본계획 고시중단 촉구 기자회견 본문

성명서 및 보도자료/2023년

[기자회견] 제주 제2공항 기본계획 고시중단 촉구 기자회견

한국환경회의 2023. 10. 18. 15:55

국토교통부는 부실과 왜곡으로 점철된 제주 제2공항 기본계획 고시 절차를 중단하고
제주도민의 의견을 존중하겠다는 약속을 지켜라!

- 국회는 불필요한 예산 낭비와 환경파괴를 초래할
제주 제2공항 건설계획을 철저히 감사하고 관련 예산을 전액 삭감하라!

 

국토교통부는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제주 제2공항 기본계획 고시를 예고하면서 기본조사설계비 등 173억 원을 2024년도 예산안에 반영하였다. 이미 2020년도 356억 원을 시작으로 2021년도 473억 원, 2022년도 425억 원, 2023년도 173억 원의 제2공항 설계 예산을 책정하였다가 불용처리된 전례가 있다. 4년째 계속해서 불용처리된 이유는 분명하다. 사전타당성 용역부터 기본계획, 전략환경영향평가에 이르기까지 계획의 적정성 및 입지 타당성과 관련하여 제기된 중대한 의문과 의혹들이 해소되지 않았고, 그로 인해 점점 더 많은 제주도민이 제2공항 건설에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제주도민과 제주를 사랑하는 수많은 국민들은 제주의 가장 소중한 가치인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대규모로 훼손하면서 제2공항을 왜 지어야 하는지 묻고 있다. 사전타당성 용역 당시 세계적인 공항설계 전문기관인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은 현 제주공항의 시설개선과 보조활주로 활용으로 당시 수요예측 연간 4,5604,560만 명을 수용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런데 기본계획의 수요예측은 연간 3,970만 명으로 감소했다. 이것 하나만으로도 공항확충의 대안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하는 중대한 사정변경이다. 그런데 이조차 고령화 추세와 더 낮아진 GDP 증가율 전망 등 주요 변수가 반영되지 않은 과잉 예측이었다.

 

더구나 이미 완료된 1단계 시설개선으로 현 제주공항은 연간 3,1553,155만 명의 수용력을 갖추고 있다. 기본계획의 수요예측에 따르더라도 추가로 필요한 용량은 연간 800800만 명으로 66만 회 운항 수준이다. 연간 1414만 회를 수용할 수 있는 무안공항이 80만평이다. 그런데 제2공항의 규모는 11백만 평인 현 제주공항의 1.5배가 넘는 165165만 평에 이른다. 도대체 왜, 필요를 훨씬 초과하는 대규모 공항 건설로 제주의 소중한 자연환경을 파괴하고 국가 예산을 낭비해야 하는가? 국토교통부는 이 지극히 상식적인 질문에 답을 내놓은 적이 없다.

 

2공항 입지로 선정된 성산 일대의 환경적 입지 타당성에 대한 평가에도 중대한 왜곡과 조작 의혹이 제기되었다.

첫째로, 항공기-조류충돌 위험성에 대한 평가가 축소·조작되었다. 조류충돌의 심각성(피해가능성)에 대한 보편적인 평가 기준은 조류별 개체의 크기와 무리를 짓는 정도이다. 그런데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에서는 국내 공항에서 발생한 조류충돌에서 피해가 확인된 종만 피해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기준을 조작했다. 국내 공항에서 충돌이 보고되지 않은 종은 평가에서 제외되었고, 충돌이 발생해도 피해가 발생하지 않은 종은 피해가능성이 없는 것으로 평가했다. 그 결과 제2공항 주변에서 발견된 172종의 새 중에서 불과 39종만이 평가대상에 포함되었고, 12종만이 피해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평가되었다. 그동안 국내에서 발생한 조류충돌 3천여 건 중 종이 확인되는 경우는 고작 12%인데, 그런 통계로 위험성을 따지는 것은 난센스에 불과하다. 말도 안 되는 엉터리 기준을 적용하여 항공기-조류충돌 위험성을 축소 조작한 것이다.

 

둘째로, 화산섬 제주에 특유한 숨골의 가치평가도 왜곡하였다. 숨골의 본질적이고 유일한 가치는 그것을 통해 물이 얼마나 잘 빠지는지, 그로 인해 지하수를 함양하고 홍수를 예방하는 데 얼마나 기여하는지에 있다. 그런데 전략환경영향평가에서는 숨골의 본질적 가치와 무관한 여러 기준들을 자의적으로 도입하여 대부분의 숨골을 보존가치가 없는 것으로 평가절하했다. 특히 성산지역은 하천이 발달하지 않은 지형으로 숨골과 그로부터 이어진 지하공간이 하천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최근 기후위기로 집중호우가 잦아지면서 이미 재해 발생 우려가 커지고 있는 현실에서 165165만 평 부지의 숨골을 메워버릴 경우 주거지와 농지는 물론 주변 해양에 이르기까지 엄청난 재해를 초래할 것이 분명하지만, 이에 대한 검토는 없었다. 지반조사에서 지하수 통로 역할을 하는 대·소규모 클링커층이 다수 발견되었음에도 부지조성으로 지하수 흐름에 어떤 영향이 있을지도 평가되지 않았다.

 

셋째로, 부지 내 용암동굴의 분포가능성에 대한 조사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2공항 후보지 주변은 이미 다수의 동굴이 분포하고 있는 용암동굴 지대이다. 다수의 숨골과 클링커층도 크고 작은 용암동굴의 분포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성산에 하천이 발달하지 않음에도 많은 물이 빠져나가고 있다는 것은 물을 받아들여 흘러 보내는 지하공간이 있다는 것 말고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이에 시민사회에서는 동굴 분포 가능성에 대한 공동조사를 여러 차례 제안하였으나 국토교통부는 여태까지 응하지 않고 있다.

 

이외에도 소음과 경제성 분석 등에도 의문이 있지만 국토교통부가 검증에 필요한 근거자료를 제시하지 않고 있어 검증조차 불가능한 상태다. 7조 원 가까운 예산이 투입되는 대규모 개발사업이 이토록 부실하게 추진되어도 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마지막으로 제주 제2공항 기본계획 고시를 중단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당사자인 제주도민의 동의를 얻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주도의 미래를 좌우할 제2공항 건설 여부는 제주도민이 결정해야 한다. 그것이 주권재민의 헌법정신에 따른 민주주의와 지방자치의 실체다. 더구나 국토교통부도 제주도민의 의견을 존중하고, 제주도민의 지지와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강행하지 않겠다고 수차 약속했다. 그런데 국토교통부는 20212월 제주도와 제주도의회가 합의하여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반대의견이 많았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강행해 왔다.

 

그래서 이제 제주도민들은 갈등해결과 자기결정권 실현을 위한 마지막 수단으로 주민투표를 요구하고 있다. 지난 731일 발표된 한국갤럽의 여론조사에서 제2공항 건설여부를 주민투표로 결정해야 한다는 데 동의한 도민이 무려 76.6%에 이른다. 심지어 제2공항 건설 찬성층에서도 49.4%가 주민투표에 동의하여, 동의하지 않는다는 의견(20.7%)을 압도했다. 이는 민주적 절차를 통해 해묵은 갈등을 스스로 매듭짓고자 하는 제주도민들의 성숙한 주권의식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렇다면 도민 의견을 존중하겠다고 약속한 국토교통부는 마땅히 주민투표를 수용하고 그 결과에 따라야 한다. 정부기관이 국민과의 약속을 헌신짝처럼 저버린다면 누가 국가를 신뢰할 수 있겠는가? 국토교통부와 그 수장인 원희룡 장관은 도대체 제2공항에 대한 갈등을 해소할 다른 어떤 방안이라도 있는가? 제주도민이 반대해도 공권력을 동원해 밀어붙이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것인가? 지역공동체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긴 제주 해군기지 갈등의 전철을 되풀이하겠다는 것인가? 제주도지사 출신 원희룡 장관이 이에 대해 분명한 답을 내놓아야 할 때다.

 

 

이에 우리는 국회 국정감사에 즈음하여 제주 제2공항과 관련하여 국토교통부와 국회에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첫째, 국토교통부는 부실과 왜곡, 조작에 근거하여 추진하는 제주 제2공항 기본계획 고시 절차를 중단하라!

둘째, 국토교통부는 제주도민의 의견을 존중하겠다는 약속에 따라 제주도민 다수가 요구하는 제2공항 주민투표를 즉각 수용하라!

셋째, 국회는 제주 제2공항 건설계획의 적정성과 입지타당성에 대해 제기된 부실과 왜곡, 조작 의혹을 철저하게 감사하라!

넷째, 국회는 불필요하게 제주의 자연환경을 훼손하고 국민 혈세를 낭비하는 제주 제2공항 건설 예산을 전액 삭감하라!

 

 

20231010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 제주제2공항백지화전국행동, 한국환경회의

 

제주 제2공항 기본계획 고시 중단 촉구 기자회견